난드롤론(데카듀라볼린): 9개월 뒤에도 잡히는 약

난드롤론은 두 가지로 유명하다. 하나는 신장질환 빈혈과 골다공증에 정식으로 승인된 약이라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단 한 번 주사한 뒤에도 아홉 달 넘게 검출된다는 점이다. 도핑 검사에서 가장 오래 남는 물질 축에 든다.

구조

난드롤론의 구조식. 테스토스테론에서 C19 메틸기가 제거된 19-노르테스토스테론 형태
테스토스테론에서 탄소 하나를 뗀 것이 전부다. 그 하나가 대사 경로를 통째로 바꾼다

난드롤론은 19-노르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의 C10에 붙어 있던 메틸기(C19)를 제거한 형태다. 뺀 것이 하나뿐인데 성질이 크게 달라진다.

시중에서 쓰이는 것은 대개 에스터다. 데카노에이트(데카듀라볼린)와 페닐프로피오네이트(NPP)가 대표적이고, 데카노에이트의 분자식은 C28H44O3이다. 오가논(Organon)이 1960년에 처음 보고했고 1962년부터 판매했다.

5α-환원이 반대로 작동한다

이 물질의 핵심은 여기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5알파 환원으로 DHT가 되어 강해지고, 난드롤론은 같은 효소로 DHN이 되어 약해지는 대비
같은 효소가 한쪽에서는 활성을 올리고 다른 쪽에서는 내린다. 전립선과 두피에서 벌어지는 일이 정반대다

테스토스테론은 5α-환원효소가 많은 조직(전립선, 피부, 모낭)에서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바뀐다. DHT는 안드로겐 수용체 친화도가 원래보다 서너 배 높다. 즉 그 조직에서 더 강해진다. 탈모와 전립선 비대가 여기서 나온다.

난드롤론은 같은 효소에 의해 디하이드로난드롤론(DHN)이 되는데, 이쪽은 수용체 친화도가 낮다. 즉 같은 조직에서 약해진다.

결과적으로 난드롤론은 근육에서는 강하게 작용하면서 전립선과 두피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작용한다. 동물 검사에서 동화 대 남성화 비가 테스토스테론 대비 약 11:1로 보고되는 배경이 이것이다. 다만 총론에서 설명했듯 이 비율은 쥐 실험값이고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프로게스테론 수용체라는 대가

C19 메틸기를 뗀 결과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노르 구조는 프로게스틴과 골격이 비슷해져 프로게스테론 수용체에 결합한다.

여기서 나오는 문제가 성욕 저하와 발기 부전이다. 사용자 사이에서 "데카 딕"이라 불리는 현상이고, 에스트로겐 관련 부작용과는 기전이 다르다. 아로마타제 억제제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프로게스틴 활성은 프로락틴 상승과도 연결된다.

약동학

  • 데카노에이트 반감기 6~12일. 임상 효과는 2~3주 이어진다.
  • 페닐프로피오네이트는 훨씬 짧아 며칠 수준이다.
  • 에스터는 혈중에서 잘려 난드롤론이 된다. 에스터 자체는 활성이 없다.

승인된 의학적 용도

지역마다 다르다.

  • 미국: 만성 신질환의 빈혈
  • 영국: 폐경 후 골다공증
  • 호주 등: 신부전, 재생불량성 빈혈, 골다공증, 유방암, 스테로이드 유발 골소실

빈혈 적응증은 안드로겐이 에리트로포이에틴 생성과 적혈구 생성을 자극한다는 기전에 근거한다. 재조합 에리트로포이에틴이 보급된 뒤로는 이 용도가 크게 줄었다.

HIV 관련 소모 증후군과 투석 환자의 근감소에 대한 소규모 시험들이 있고, 제지방량 증가를 보고한 결과들이 있다. 다만 규모가 작고 장기 안전성 자료가 부족하다.

검출: 9개월의 그림자

도핑 검사에서 난드롤론의 표적은 소변 대사체 19-노란드로스테론(19-NA)이다.

문헌에 보고된 검출 기간은 다음과 같다. 난드롤론 데카노에이트 150 mg을 단 한 번 근주한 뒤, 6개월 시점에 대상자의 83%에서, 9개월 시점에도 상당수에서 19-NA가 검출됐다. 문헌에 따라 12~18개월까지 보고된 사례도 있다.

이 긴 꼬리에는 두 가지 함의가 있다.

첫째, 검출을 피할 목적으로 중단 시점을 계산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감기가 6~12일인 물질이 9개월 뒤에 잡히는 이유는 지방 조직 데포에서의 방출이 매우 느리고, 검사 감도가 극도로 높기 때문이다.

둘째, 미량 검출의 해석 문제가 생긴다. 19-NA는 임신, 일부 육류 섭취, 시료 보관 중 미생물 작용 등으로도 매우 낮은 농도에서 나타날 수 있다. 그래서 WADA는 역치 농도를 두고, 경계 사례에서는 탄소동위원소비 분석(GC/C/IRMS)으로 외인성 여부를 가린다.

1990년대 후반에 난드롤론 양성 사례가 육상과 축구에서 잇따라 나왔고, 상당수가 오염 보충제나 미량 검출 해석을 둘러싼 분쟁으로 이어졌다. 검사의 감도가 올라가면 새로운 종류의 논쟁이 생긴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확인된 부작용

  • HPTA 억제: 억제 정도가 강하고 회복이 느린 축으로 보고된다.
  • 성기능: 프로게스틴 활성으로 인한 성욕 저하와 발기 문제.
  • 지질: HDL 감소. 다만 경구 17α-알킬화 제제보다는 완만하다.
  • 혈액: 적혈구 증가.
  • 여성: 남성화. 되돌아오지 않는 변화가 포함된다.

간독성은 17α-알킬화가 아니므로 경구 제제들보다 훨씬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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