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9월 24일 서울올림픽 100m 결승에서 벤 존슨이 9초79로 세계기록을 세웠다. 사흘 뒤 그는 메달을 잃었다. 소변 시료에서 검출된 물질이 스타노졸롤이었다.
이 사건은 도핑이라는 단어를 전 세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그런데 정작 스타노졸롤이 어떤 약인지, 왜 하필 이 약이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구조

분자식은 C21H32N2O다. 이 물질의 특이점은 질소가 들어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탄소, 수소, 산소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 피라졸 고리 융합: A고리의 2번-3번 자리에 질소 두 개를 가진 5원 고리가 붙었다. 이 때문에 다른 스테로이드가 가진 3-케토-Δ4 구조가 없다.
- 17α-메틸기: 경구 복용을 가능하게 한다.
- 기본 골격은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유도체다.
3-케토기가 없는데도 안드로겐 수용체에 결합한다는 점이 약리학적으로 흥미로운 지점이다. 피라졸 고리의 질소가 원래 케토기가 하던 수소결합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약동학
- 경구 반감기 약 9시간. 근주(수성 현탁액) 시에는 약 24시간이고, 작용은 그보다 오래 이어진다.
- 17α-알킬화 덕분에 경구 생체이용률이 높다.
- 아로마타제 기질이 아니다. 에스트로겐으로 바뀌지 않아 여성형유방과 수분저류가 없다.
- SHBG 친화도가 매우 낮고, 혈중 SHBG 자체를 떨어뜨린다.
마지막 항목이 이 약의 특징이다.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대부분은 SHBG에 붙잡혀 있고 1~2%만 유리 상태다. 스타노졸롤은 SHBG 농도를 낮추기 때문에, 같은 총 테스토스테론에서도 유리 분율이 올라간다. 사용자 사이에서 "다른 약의 효과를 키운다"고 말해지는 현상의 약리학적 근거다. 동시에 이것은 에스트로겐 관련 부작용이 없다는 이유로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승인된 의학적 용도
윈스롭(Winthrop)이 1962년에 개발했고 윈스트롤(Winstrol)로 판매했다. 승인된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 유전성 혈관부종(hereditary angioedema): 발작 빈도와 중증도를 줄인다. 안드로겐 계열이 C1 억제인자 생성을 늘리는 기전이며, 이 적응증은 지금도 문헌에 남아 있다.
- 정맥 부전과 지방피부경화증: 섬유소 용해를 자극한다는 근거로 사용됐다.
- 수의학: 소모성 질환, 식욕 부진, 적혈구 생성 자극 목적으로 쓰인다.
사람용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철수했고, 현재 시중 유통품의 상당수가 수의용 또는 지하 제조품이다.
서울 1988, 그리고 그 이후
벤 존슨의 시료에서 검출된 물질은 스타노졸롤이었고, 실격은 경기 사흘 뒤인 9월 27일에 확정됐다. 이듬해 캐나다 정부가 연 더빈 청문회(Dubin Inquiry)에서 그의 코치 찰리 프랜시스는 존슨이 1981년부터 스테로이드를 써 왔다고 증언했다. 존슨은 처음에 부인했다가 나중에 사용 사실을 인정했고, 국제육상경기연맹은 1987년 세계기록도 함께 말소했다.
존슨은 1993년 1월 프랑스 그르노블 경기 뒤 과도한 테스토스테론으로 다시 적발되어 영구 자격정지를 받았다.
스타노졸롤은 이후에도 계속 검출됐다. 야구에서는 2005년 라파엘 팔메이로가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스테로이드 사용을 부인한 지 몇 달 만에 스타노졸롤 양성 판정을 받아 큰 파문이 일었다.
이 물질이 반복해서 등장한 이유는 짐작할 수 있다. 수분저류가 없어 체중 증가 없이 쓸 수 있고, 경구제라 다루기 쉽고, 1970~80년대에는 검사 기술이 지금만 못했다. 스타노졸롤이 특별히 강력해서가 아니라, 당시 조건에서 걸리지 않으리라 여겨졌기 때문에 널리 쓰였다고 보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확인된 부작용
- 간독성: 17α-알킬화 계열의 전형적 문제다. 간효소 상승, 담즙정체, 드물게 자반성 간질환.
- 지질 악화: HDL을 강하게 떨어뜨리고 LDL을 올린다. 비방향화 경구제 중에서도 이 영향이 큰 편으로 보고된다.
- 관절 불편감: 사용자 보고가 많은 항목이다. 에스트로겐 억제로 인한 활액 감소 가설이 거론되지만 확립된 근거는 아니다.
- 남성화: DHT 유도체라 탈모와 피지 증가가 두드러진다.
- HPTA 억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며, 스포츠에서는 도핑에 해당합니다. 이 글은 약리학과 의학 문헌을 정리한 교육 목적의 자료이고,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사용하지 마세요.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