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에서 다루는 물질 중 사람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시험이 가장 많이 쌓인 것이 옥산드롤론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중증 화상 환자는 근육이 녹아내리는 극심한 이화 상태에 빠지고, 이 상태를 되돌릴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화상 센터에서 실제로 시험이 진행됐고 결과가 논문으로 남았다.
보디빌딩계에서 "아나바"로 불리며 부작용이 가벼운 약으로 소개되는 물질이 실은 이런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런데 그 "가볍다"는 평판은 절반만 맞다.
구조

분자식은 C19H30O3다. 두 가지 변형이 있다.
- 2-옥사 치환: A고리의 2번 탄소가 산소로 대체됐다. 스테로이드 핵의 탄소 골격을 바꾼 것이라 다른 유도체와 성격이 다르다. 3번 자리의 케토기와 합쳐져 락톤 고리를 이룬다.
- 17α-메틸기: 경구 복용을 가능하게 한다.
2-옥사 치환의 결과로 아로마타제의 기질이 되지 않는다. 에스트로겐으로 바뀌지 않으니 여성형유방과 수분저류가 적다. 체중이 급격히 늘지 않고 "마른 근육"으로 인식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약동학
- 경구 생체이용률 97%. 매우 높다.
- 반감기 약 9.4~10.4시간(성인). 디아나볼(3~6시간)보다 길다.
- 다른 17α-알킬화 제제와 달리 상당 부분이 간에서 대사되지 않고 신장으로 배설된다. 이것이 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알려진 이유다.
화상 환자에서 확인된 것
옥산드롤론은 미국에서 수술·외상 후 체중 회복, 골다공증성 골통증, 장기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사용으로 인한 단백 소실 상쇄를 적응증으로 승인됐다. 이 중 근거가 가장 두터운 쪽이 중증 화상이다.

다기관 무작위 이중맹검 시험에서 재원 기간이 위약군 43.3일, 옥산드롤론군 31.6일로 짧았다. 이후 여러 시험을 모은 메타분석들은 재원 기간 단축, 질소 손실 감소, 체중 감소 폭 축소를 일관되게 보고한다. 다만 제지방량, 대사율, 사망률에서는 유의한 개선을 보이지 않은 분석도 있다. 근거가 있다는 말과 모든 지표가 좋아진다는 말은 다르다.
이 밖에 근거가 축적된 영역은 다음과 같다.
- 터너 증후군: 성장호르몬과 병용해 최종 신장을 늘린다.
- HIV 관련 소모 증후군: 체중과 제지방량 유지.
- 알코올성 간염: 일부 시험에서 생존 개선 신호.
- 듀시엔형 근이영양증: 소규모 시험들이 있으나 결론이 확립되지 않았다.
"간에 순하다"는 평판의 실체
옥산드롤론은 오랫동안 17α-알킬화 계열 중 간독성이 가장 적은 축으로 여겨졌다. 신장 배설 비중이 높다는 약동학적 근거도 있었다.
그런데 2023년 6월, 미국 FDA는 옥산드롤론의 승인을 철회했다. 간 손상과 혈중 지질 이상을 포함한 중대한 이상반응이 근거였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 정식 유통되지 않는다.
지질 문제는 특히 분명하다. 옥산드롤론은 HDL 콜레스테롤을 강하게 떨어뜨린다. 여러 시험에서 HDL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 보고가 있고, 이 효과는 "순한 약"이라는 인상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간 수치가 덜 오른다는 것과 심혈관에 안전하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왜 여성 사용자와 연결되는가
옥산드롤론은 안드로겐 작용 대비 동화 작용의 비가 높다고 알려진 물질이라, 남성화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여성에게 자주 언급된다. 이 인식에는 근거가 일부 있다. 터너 증후군 소아 여아 대상 시험에서 저용량으로 사용됐고, 남성화 부작용이 용량 의존적으로 관리 가능한 범위였다는 보고가 있다.
그러나 총론에서 설명했듯 아나볼릭과 안드로제닉은 같은 수용체를 통한 작용이다. 위험이 낮다는 것은 없다는 뜻이 아니고, 여성에서 음성 변화와 음핵 비대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용량이 올라가면 이 위험은 그대로 커진다.
도핑에서
옥산드롤론은 WADA 금지목록 S1에 속한다. 대사체(에피옥산드롤론 등)를 표적으로 검출하며, 여러 종목에서 적발 사례가 나왔다. 반감기가 짧아 중단 후 비교적 빨리 사라지는 편이지만, 검사법이 개선되면서 검출 기간은 계속 늘어났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며, 스포츠에서는 도핑에 해당합니다. 이 글은 약리학과 의학 문헌을 정리한 교육 목적의 자료이고,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사용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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