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토스테론: 모든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기준점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를 이야기할 때 다른 모든 물질은 이 하나와 비교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사람 몸이 직접 만드는 호르몬이면서 동시에 100년 가까이 의약품으로 쓰인 약이고, 도핑 검사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물질이기도 하다. 내인성 호르몬이라 "있으면 안 되는 물질"이 아니라 "얼마나 있어야 정상인가"를 따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시리즈의 기준점을 세운다. 뒤에 나올 모든 물질은 결국 이 분자를 어떻게 변형했는가의 이야기다.

구조

테스토스테론의 구조식. A고리의 3-케토와 4번 이중결합, C10과 C13의 메틸기, C17의 베타 수산기
네 고리에 붙은 것은 단 네 가지다. 3번 자리의 산소, 4번과 5번 사이의 이중결합, 두 개의 메틸기, 그리고 17번 자리의 수산기

분자식은 C19H28O2, 분자량 288.4다. 이름의 근거가 되는 자리는 세 곳이다.

  • 3번 탄소의 케토기(C=O)와 4번-5번 이중결합: 이 조합을 3-케토-Δ4 구조라 하고, 안드로겐 수용체 결합에 필수적이다. 여기가 환원되면 활성이 크게 떨어진다.
  • 10번과 13번의 메틸기(C19, C18): 스테로이드 핵의 기본 골격이다. C19를 떼면 난드롤론 계열이 된다.
  • 17번 탄소의 β-수용기(OH): 여기에 지방산을 붙이면 에스터, 메틸기를 붙이면 경구용 17α-알킬 유도체가 된다.

즉 이 분자에는 바꿀 자리가 셋뿐이고, 시장에 도는 수십 가지 물질은 그 셋을 조합한 결과다.

몸이 만드는 양과 약으로 넣는 양

성인 남성은 고환의 라이디히 세포에서 하루 310 mg 정도를 만든다. 혈중 총 테스토스테론의 정상 범위는 검사실마다 다르지만 대략 3001000 ng/dL(10~35 nmol/L)로 잡는다.

여기서 자주 오해가 생긴다.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대부분은 결합 상태다.

  • 약 44~65%가 성호르몬결합글로불린(SHBG)에 단단히 결합
  • 약 33~54%가 알부민에 느슨하게 결합
  • 1~2%만 유리(free) 형태

수용체에 실제로 작용하는 것은 유리 형태와 알부민 결합분이다. 그래서 SHBG가 오르내리면 총 테스토스테론이 그대로여도 체감 효과가 달라진다. 뒤에 나올 스타노졸롤 같은 물질이 SHBG를 떨어뜨려 "다른 약의 효과를 키운다"고 말해지는 근거가 이것이다.

에스터: 반감기를 사는 방법

테스토스테론 자체를 주사하면 반감기가 10~100분 수준으로 짧아 약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17번 수산기에 지방산을 붙인다.

주사한 기름 속 에스터가 조직에 머물다가 에스터라제에 잘려 유리 테스토스테론을 내놓는 과정과, 사슬 길이에 따른 반감기 비교
에스터 자체는 활성이 없다. 사슬이 길수록 기름에 잘 녹아 데포에 오래 머물고, 그만큼 천천히 잘려 나온다
에스터 탄소 사슬 반감기 특징
프로피오네이트 C3 약 0.8일 혈중 농도 변동이 크다
페닐프로피오네이트 방향족 포함 약 1.5일
에난테이트 C7 약 4.5일 성선기능저하증 표준 치료제
시피오네이트 고리 포함 C8 약 5일 미국에서 가장 흔한 제형
운데카노에이트(근주) C11 약 20~34일 10~14주 간격 투여
운데카노에이트(경구) C11 짧음 림프로 흡수되어 간을 우회

경구 운데카노에이트는 특이하다. 사슬이 길어 지용성이 높은 덕분에 장에서 림프관으로 흡수되어 간 초회통과를 상당 부분 우회한다. 그래서 17α-알킬화 없이도 먹는 약이 될 수 있고, 그 결과 간독성 문제에서 자유롭다. 다만 흡수가 식사의 지방량에 크게 좌우되고 혈중 농도가 들쭉날쭉하다.

반감기가 결정하는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정상 상태에 이르는 시간(반감기의 45배). 둘째, 끊은 뒤 몸에서 빠지는 시간. 셋째, 도핑 검사의 검출 창. 에난테이트를 끊고 나서도 34주는 혈중 농도가 유의하게 남는다.

임상적으로 승인된 것

테스토스테론이 약으로 승인된 적응증은 좁다.

  • 남성 성선기능저하증(원발성 및 이차성)
  • 성별 불쾌감의 호르몬 요법
  • 일부 폐경 후 유방암의 이차 요법
  • 지연성 사춘기

이 목록에 "체력 향상"이나 "노화 방지"는 없다. 미국 FDA는 2015년, 노화에 따른 테스토스테론 감소에 대한 처방은 승인된 용도가 아니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립되지 않았다는 경고를 표시하도록 했다.

심혈관 안전성은 오랫동안 논쟁이었다. 2023년 발표된 대규모 무작위 시험 TRAVERSE는 심혈관 위험이 있는 성선기능저하 남성에서 테스토스테론 치료가 주요 심혈관 사건을 늘리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다만 이것은 혈중 농도를 정상 범위로 되돌리는 치료 용량의 결과다. 정상치의 다섯 배, 열 배를 쓰는 사용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에서 확인된 효과

기준이 되는 시험은 1996년 NEJM에 실린 Bhasin 등의 연구다. 총론에서 다뤘으므로 결론만 옮기면, 주당 600 mg을 10주 투여한 군은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도 제지방량이 3.2 kg 늘었고, 운동을 병행한 군은 6.1 kg 늘었다.

다만 이 값은 주사를 맞는 동안 측정된 것이다. 시험은 투여 10주로 끝났고 중단 후 추적이 없다. 끊은 뒤에는 근육량이 상당 부분 되돌아가는 반면 억제된 시상하부-뇌하수체-고환 축은 훨씬 늦게, 때로는 완전히 돌아오지 않는다. 이 대비를 총론의 끊은 뒤의 경과에서 따로 다뤘다.

2001년 같은 연구진이 발표한 용량-반응 연구는 25, 50, 125, 300, 600 mg/주를 비교해 제지방량 증가가 용량과 혈중 농도에 비례한다는 것을 보였다. 효과에 천장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 뜻이고, 동시에 부작용도 같은 방향으로 늘어난다는 뜻이다.

대사의 두 갈래

투여된 테스토스테론은 조직에 따라 세 갈래로 간다.

  1. 그대로 AR에 결합 (근육 등)
  2. 5α-환원효소 →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 AR 친화도가 서너 배 높다. 전립선, 피부, 모낭에서 일어난다. 탈모와 전립선 비대가 여기서 나온다.
  3. 아로마타제 → 에스트라디올. 지방 조직에서 주로 일어난다. 남성에게도 필요한 호르몬이지만 과하면 여성형유방과 수분저류가 생긴다.

용량이 커질수록 2번과 3번으로 가는 절대량도 함께 커진다. 고용량에서 여성형유방과 탈모가 함께 나타나는 이유다.

확인된 부작용

  • 적혈구증가증: 테스토스테론은 에리트로포이에틴을 자극하고 헵시딘을 억제해 적혈구를 늘린다. 치료 용량에서도 흔해서 헤마토크리트 모니터링이 표준 관리 항목이다. 과도하면 혈전 위험이 오른다.
  • HPTA 억제: 외부 안드로겐이 들어오면 LH와 FSH가 억제되어 고환이 위축되고 정자 생산이 멈춘다. 치료 용량에서도 일어난다. 가임력이 필요한 남성에게 테스토스테론 단독 투여를 권하지 않는 이유다.
  • 여드름, 지루, 남성형 탈모: DHT 경로.
  • 수면무호흡 악화, 전립선 특이항원(PSA) 상승.
  • 여성에서: 음성 변화와 음핵 비대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도핑에서의 테스토스테론

내인성 호르몬이라 "검출되면 양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두 단계를 쓴다.

1단계, 스테로이드 프로파일. 소변의 테스토스테론과 에피테스토스테론 비율(T/E)을 본다. 자연 상태에서는 대개 1:1 부근이고, WADA는 4:1을 초과하면 이상 소견으로 본다. 지금은 개인별 기준선을 추적하는 선수 생체여권(ABP)의 스테로이드 모듈로 관리한다.

2단계, 탄소동위원소비 질량분석(IRMS/CIR). 몸이 만든 테스토스테론과 약으로 만든 테스토스테론은 탄소-13 비율이 다르다. 합성 스테로이드는 대개 콩과 식물(디오스게닌) 유래라 ¹³C가 적다. 이 차이는 T/E를 조작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벤 존슨은 1988년 서울에서 스타노졸롤로 적발됐지만, 1993년 1월 프랑스 그르노블 경기 뒤에는 과도한 테스토스테론으로 다시 걸려 영구 자격정지를 받았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전문의약품입니다. 의사의 처방 없이 구입하거나 사용하는 것은 약사법 위반이며, 스포츠에서는 도핑에 해당합니다. 이 글은 약리학과 의학 문헌을 정리한 교육 목적의 자료이고, 사용을 권하지 않습니다. 사용하지 마세요.